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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교봉사국

기획특집

후원 문의:

727-2407, 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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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계좌:

우리은행 454-035571-13-101

(재)

천주교서울대교구

서울대교구 해외선교봉사국

저는 작년 4월 초, 후쿠오카 교구의 ‘이토시마’성당으로

부임을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일본 정부의 긴급사태 선

언으로약두달간신자들과함께미사를드릴수없었습니

다. 이후미사가재개된뒤에는미사참석인원을분산시켰

기에한달간신자들과첫인사를나누게되었습니다.

어느주일, 미사후어떤자매님이저에게다가와조심스

럽게말을걸어오셨습니다. “신부님, 저희성당에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중에바쁘실텐데초면에부탁을좀드려

도 될까요?” 마스크를 쓰고 계셨지만, 자매님의 밝은 목소

리와 웃는 눈을 보며 ‘무슨 부탁일까?’ 하고 귀를 기울였습

니다. “신부님, 저의장례미사를이성당에서할수있을까

요?” 이게 무슨 소리인지…. 50대 초중반에 키가 크고 깡

마른 자매님의 이상한 부탁에 저는 표정이 굳고 가슴이 무

거워졌습니다. 자매님 뒤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분이 분노

에 찬 듯한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자녀들로 보이는 청년 셋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자매님과 남편을 사람들과 떨어진 곳에 모시고 가

서 물어보았습니다. “저, 죄송한데, 무슨 말씀이신지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제가 잘못 알아들은 것인

지….” 방금전까지밝은목소리였던자매님은떨리는목소

리로 대답하셨습니다. “네, 신부님

. 제가 폐암 말기입니

다.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정신이 온전할 때 미리 장례미사를 직접 부탁드리고 싶었

습니다. 초면에이런청을드리게되어정말죄송합니다.”

옆에 있던 남편은 아무 말도 없이 계속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자매님, 저도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자매

님과 남편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장례

관련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말을 한

뒤, 저는 두 분에게 안수를 해주고 한 분씩 안아드렸습니

다. 제가아닌예수님께서분명이렇게안아주실거라는마

음으로

.

자매님에겐 소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성당에서 큰아

들의 결혼식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성당이 처음 생

겼던 30여 년 전, 자매님은 이곳에서 신자였던 남편과 ‘이

토시마성당 1호’로 결혼식을 올리셨답니다. 그리고 신자가

아니었던 자매님은 그 후 세례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자신

이하느님을만나고믿게된것이얼마나감사한일인저에

게 몇 번이고 고백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작년 10월 말, 화

창한 가을날에 자매님은 아들의 결혼을 무사히 올렸습니

다. 그 뒤 겨울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남편께서 갑자기

찾아와 고해성사를 청하셨고, 성사 뒤에 눈물을 흘리며 저

에게 이런 말을 남기셨습니다. “신부님, 분명 언젠가 집사

람이떠날날이올것이라생각합니다. 그래서하루하루시

간이흐르는것이너무슬프고힘듭니다. 하지만그렇기에,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합니다.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 우리

가다시만날수있으리라고믿습니다.”

하느님을 알게 되고 믿게 되어서 기쁘고 감사하다는 자

매님의 말씀과 하느님 안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음을 믿는

남편의 말씀 속에서, 저는 다시금 신앙이 무엇인지를 묵상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다시 미사가 중지되어 두 분을 만

난 지 오래되었습니다. 두 분에게 남은 시간, 하느님의 은

총속에따뜻하고행복하시기를기도드립니다. 아멘.

신광수

베드로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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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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