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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말씀

기억그리고희망

아침 해를 온몸으로 받으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의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 척박한 광야로

가시는 길과 순례자가 하느님 나라를 향해 가는 길 모두 외롭고 힘든 고난의 여정이지만, 광야에서 인

류 구원의 답을 얻었던 예수님처럼 순례자는 하느님께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입

니다.

이윤순

젤마나

|

가톨릭사진가회

“성령께서는예수님을광야로내보내셨다.”

(마르 1,12)

사진

설명

산페드로데로사도, 스페인

기억이란 종종 상대적입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겪

은 일도 각자에게 다르게 기억됩니다.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었던 사건이 누군가에게는 아픔으로 멈춰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공유하고있는기억도있습니다. 2020년의어두웠던

기억을 뒤로한 채, 우리는 아직도 고통과 절망 속에서 2021

년을 살아갑니다. 이 시련의 긴 터널을 지나며 주저앉아 버

리고싶기도했지만, 우리는희망의끈을놓지않습니다. 그

리스도인은 희망의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영광

스러운 부활을 향한 여정인 사순 시기를 열면서, 어머니이

신 교회는 기억과 희망에 관하여 묵상하도록 초대합니다.

제1독서

(창세 9,8-15)

에서는 노아의 홍수 이후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하느님께서 노아와 맺으신 계약을 기억하며

다시는홍수로인한심판을내리지않겠다고말씀하십니다

(창세 9,15)

. 이 계약에 관한 희망의 징표가 바로 무지개입니

(창세 9,13)

.

제2독서

(1베드 3,18-22)

에 따르면, 베드로 1서의 저자는 노

아의 홍수 이야기를 기억하며 예수님을 통한 구원 사건의

심오한 의미를 풀어줍니다. “옛날에 노아가 방주를 만들

때하느님께서는참고기다리셨지만그들은끝내순종하지

않았습니다. 몇몇 사람 곧 여덟 명만 방주에 들어가 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그것이 가리키는 본형인 세례

가 여러분을 구원합니다.”

(1베드 3,20-21)

노아의 홍수 이야기

를 통해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과 맺으셨던 계약을 기억하

시고 무지개를 희망의 징표로 삼으셨다면, 그리스도의 죽

음과부활을통해하느님께서는그리스도인들을세례로새

로 태어나게 하시고 당신 안에 머물며 그 사랑을 기억하고

희망할수있도록이끄십니다.

오늘 복음

(마르 1,12-15)

에서는, 성령의 이끄심으로 예수님

께서 광야에서 사십 일을 보내신 이야기가 간결하게 묘사

됩니다. 광야에서의 사십 일 동안 그분께서는 사탄에게 다

양한 방식으로 유혹을 받으셨지만, 결코 유혹에 걸려 넘어

지지 않으셨음을 다른 복음서

(마태 4,1-11; 루카 4,1-13)

를 통해

자세히알수있습니다.

우리의 무관심·나약함·이기심 때문에 고난을 겪으신 그

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합니다. 우리의 죄 때문에 고통을 당

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합니다. 우리를 대신하여 십

자가에서돌아가신그리스도의사랑을기억합니다. 기억이

란 종종 상대적입니다. 그러나 모든 그리스도인이 공유하

고 있는 기억은 예수님으로부터 사랑받은 기억입니다. 비

록 고통의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희망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리스도인은희망의인간이기때문입니다. 소중했던일상

을 기억하기에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예수님과 함께 희망

할 수 있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하기에 과거의 기억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삶의 원천이 됩니다. 사순 시기 동안

기억과희망으로부활의빛을향해함께나아갑시다.

김상우

바오로신부 | 가톨릭대학교성신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