ƾ
ٱ ؽ
말씀
의
이삭
길을걷는다는것은….
몇 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 K2의 베이스캠
프까지 가는 트레킹을 했습니다. 워낙 악명 높은 산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도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상상 속 태양빛에 빛나는 멋들어진 하얀 빙하가 아니
라 자갈이 빙하를 뒤덮은 너덜지대에서 길을 만들어 가며
헤쳐 올랐습니다. 한여름이었지만 얼음 위에서 자는 일은
‘눈물이 찔끔’ 나는 고통의 밤을 겪게 하였고 발바닥은 자
갈밭처럼 너덜너덜해졌습니다. 나중에는 빨리 올라갔다
내려갈 생각만 하며 바닥을 보고 걸었던 것 같습니다. 그
러기를 며칠, 어느덧 저 멀리 K2가 보였습니다. 피라미드
처럼 우뚝 솟은 거산은 수많은 등산가의 무릎을 꿇게 했던
위압감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내일이면 저 산 바로 밑에
다다를 수 있다는 설렘이 그 어떤 두려움도 사라지게 해주
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부터 크레바스가 입을 쫙쫙
벌리고 있는 거친 빙하지대를 거슬러 올라 마침내 K2 바
로 밑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때 저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눈앞에 K2를 두고 이렇게 힘들게 왔는데 그 산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은 산 바로 밑에 가니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이곳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왜 산이 보이지 않는
거야!” “이 순간을 놓치면 언제 다시?” 하는 초조함이 저
를 내몰았나 봅니다. 허탈감이 나를 둘러싸고 내 어깨는
축 늘어져 있을 때 바람결에 들리는 목소리.
“별남! 뒤를 돌아봐, 네가 걸어온 저 길을 봐.”
끝없이 펼쳐져 있는 저 빙하지대를 정녕 제 발로 걸었
습니까? 무섭게 입을 벌리고 있는 공포의 크레바스들을
제가 직접 건넜나요? 저렇게 황량한 무인지대를 제가 통
과했다고요?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새벽에 너무 추워 눈물을 흘릴
때 올려다본 하늘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별들의 축제가 있
었는지. 달빛에 영롱하게 빛나던 밤의 우윳빛 빙하가 얼마
나 매혹적이었었는지! 내가 얼마나 대단한 길을 걸어왔으
며 누가 항상 나와 같이 그 길을 걸었는지를!
걸을 수 있는 길을 주시는데 왜 힘들다고 멈추려 하고
지루하다고 다른 길을 찾아 헤매기를 반복했을까요? 내가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길을 주시는데, 왜 마냥 힘들다고 했
을까요? K2 밑에서 주님께서 주신 내가 걸었던 삶의 길을
돌아봤습니다.
나를 깨닫게 하는 이는 주님밖에 없으니 주님이 곧 저
의 길이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요한 14,6)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허윤선
아녜스 | 방이동
성당
유별남
레오폴도
|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