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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을 것입니다. 신자들이 성경을 쉽게 이해하며 자

신의삶과연관시켜서공감을느끼게한부분은최인호

작가님 묵상글의 큰 공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분의 글을 읽고, ‘성경을 이렇게도 묵상할 수 있구나’

하며 놀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최인호 작가님

은 성경을 더 깊이 묵상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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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피정을 따로 하

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분의 묵상 글은 깊은

성찰속에서체험한복음묵상에천재적글솜씨가더해

져, 신자들이 아주 쉽고 정확하게 주님 말씀에 다가갈

수있도록도왔습니다. 저는최인호작가님이하느님께

서 주신 탈렌트를 정말 잘 사용하셨다고 생각합니다.

2008

년부터 침샘암으로 투병 중이었던 최인호 작가

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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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동안 서울주보의 ‘말씀의 이삭’ 코너에 감동

적인 투병기를 실었습니다. 그 글들은 투병기를 넘어

신앙과삶에대한폭넓은성찰을담았습니다.

그 글에서 최인호 작가님은 시간, 공간, 역사와 문

명은 한 송이의 꽃에 비하면 존재하지도 않는 거짓 환

상일 뿐이라고 한적이 있습니다. 한송이의 꽃은 천지

창조 이전부터 사람을 사랑하신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영광이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부모도 태

어나기 전의 ‘한 처음’으로부터 온 ‘사람’의 씨앗이며,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의 창세기로부터 온 ‘사람’의

열매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영원한 생명

의 꽃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하며 생명의 신비를 알려

주었습니다. 우리들의 짧은 인생은 존재하지도 않는

일촌광음

(一寸光陰)

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분의 글은 많

은감동을주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최 작가님이 사실 낯을 가리고 수

줍어하는 성격이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음의

표현을 하시는 것을 조금 힘들어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글을 쓰면서 실제

의삶도함께변화했다는것을느낄수있었던적이있

습니다. 최 작가님은 전화 통화를 할 때, 보통은 인사

와 더불어 일들에 집중해서 말을 하시고 개인적인 이

야기는 잘 안 하셨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투

병중에있던최작가님이전화를끊기전이었습니다.

“…저기신부님!”

“네?”

“신부님, 사랑합니다!”

그다음부터는항상문자나통화끝에 “사랑합니다.”

라고표현하셨습니다.

그분은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꼭 예수님에 대해 책

을 쓰고 싶다고 여러 번 이야기하셨습니다. 저는 만약

그런 책이 나오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쉽고

친근하게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 작가님

은 실제로 예수님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자료도 많이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분이 예수님에 대한

글을 결국 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너무 아쉽고 안타

깝습니다.

‘교회 안에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최고의 신앙

수필작가’가 바로 최 작가님이라는 데 많은 이가 동의

할 것입니다. 그분이 서울주보에 쓰셨던 한 글자, 한

글자는 우리에게 영적 선물이 됐습니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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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보에 실은 ‘엿가락의 기도’는 그 절정이라 생각

합니다.

“주님, 이 몸은 목판 속에 놓인 엿가락입니다. 그러

하오니 저를 가위로 자르시든 엿치기를 하시든 엿장

수이신 주님의 뜻대로 하십시오. 다만 제가 쓰는 글이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의 입속에 들어가 달콤한 일

용할 양식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엿장수의 이름으로

바라나이다. 아멘.”

얼마나 많은 신자가 최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감

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그분은 마지막

순간에생명의희망을품고한편의시를남겼습니다.

“먼지가 일어난다. 살아난다. 당신은 나의 먼지. 먼

지가일어난다. 살아야하겠다. 나는생명. 출렁인다.”

그분의 바람처럼, 영원한 생명 안에 안식을 누리시

길 기원합니다. 오늘의 서울주보가 있기까지 많은 도

움을주신최베드로선생님에게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