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ٱ ؽ
말씀
의
이삭
남에게서바라는대로해주어라
어느 날 ‘청년밥상 문간’에 한 청년이 찾아왔습니다. 식
사를 마치고, 저를 만나고 싶어 일부러 찾아왔다고 하기에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는 정신없이 일을 마쳤습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쉬는 시간이었기에 청년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몹시 마르고 건강도 좋아 보이지 않
던 청년은 자신의 성소에 대해 의논하고 싶어서 찾아왔노
라고말했습니다. 그런데그청년의성소는바로불교의수
도자인 승려가 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당
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톨릭 사제나 수도자가 되려는
성소 고민이 아니라 불교의 스님이 되고자 하는 고민이었
기때문이죠.
그 청년은 고향인 밀양에서 출가하려고 9개월 전에 서
울로올라왔습니다. 스님을뵙긴했지만, 빚이있어서출가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점은 가톨릭도 같습니다.
신학교나 수도원에 들어가려면 채무가 없어야 합니다. 그
래야부르심의삶에전념할수있을테니까요. 저는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빚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습니다. 그런
데 짐작과는 달리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큰 금액은 아니었습
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정도였기에 빚만 없다면 바로 출
가할 수 있냐고 물으니 지난 9개월 동안 노숙을 해서 지금
출가하더라도 그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없는 건강 상태라
고하였습니다. 저는놀라지않을수없었습니다. 9개월동
안일주일에두어번일용직일을하면서돈이생기면찜질
방에서 자고 돈이 떨어지면 편의점이나 24시간 영업을 하
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쪽잠을 잤다고 하더군요. 저는 노
숙을 하는 청년은 처음 만났기에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떻게든그를돕고싶었습니다.
그런데 청년이 저를 찾아온 이유는 어려운 처지의 자신
을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출가하여 스님이 되겠
다고 열아홉 살에 마음을 먹었는데 스물아홉 살이 된 지금
출가할길이막혀앞이보이지않았고, 자신의꿈을포기해
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청년들을 위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
는 저의 기사를 보고 마지막으로 묻고 싶어 찾아왔던 것입
니다.
저는 포기하지 말라며 빚과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 식당에서 일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머물 숙소를 연결
해 주고 노숙에서 벗어나 편히 쉴 수 있는 잠자리와 많지
않아도빚을갚을수있는돈을모으면내년에는출가할수
있을 거라며 격려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틀
만에 주방장님과 갈등을 빚으며 식당을 그만두었고, 한 달
후 숙소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도와달라기에 고향으로 내
려가다시시작하면어떻겠느냐고제안했더니연락을끊고
떠나고말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 청년을 생각하며 그때 끝까지 돕고 지지
해주어야했던건아닌지자책합니다. 제가그라면자신을
끝까지믿고지지해주길바랐을거란생각때문입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김민정
소화데레사
수원교구포일성당
이문수
가브리엘신부
| 청년밥상문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