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ƾ

ٱ ؽ

말씀

이삭

다시따뜻한집으로

예진호

마르첼리노

| 생활성가가수

회사 발령으로 인해 생애 처음 겪어보는 타지생활과 동

시에 찾아와 지겹도록 저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냉담이라

는 녀석은 합리화라는 방법을 이용해 저의 마음을 점점 어

둡게만들고있었습니다. 냉담초기에는주일만되면늘마

음이무겁기만했는데, 시간이흐르자지금성당에다닐수

없는 나름의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3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냉담 생활이 너

무도 익숙해진 저에게 드디어 변화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아내 친구의 남편을 통해 알게 된 한 신자 형님의 소개로

정말오랜만에미사에참석하게된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저는 3년에 걸친 냉담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상태라, 그날 하루 미사에 따라간다고 해서 오랫동안

다니지않던성당을다시매주다닐자신은없었습니다. 아

마도그때저보고혼자미사에다시가보라고했다면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안 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행

히 그 형이 저와 함께 미사에 동행해 주기로 했기에, 저는

참석할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약속한 날이 왔습니다.

미사가 시작되었고, 저는 떨리는 마음으로 신부님 시야에

최대한 안 들어오는 뒷자리에 앉아 심호흡을 했습니다. 이

후겪게될기적같은이야기를조금도모른채말입니다.

몇 분 후 성가대의 찬양 소리가 성전에 울려 퍼졌습니

다. 그런데 그 소리가 참 신기하게도 저의 마음을 너무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생각도 조금

씩 변했습니다. “나의 두려움은 나 혼자 스스로 만들어낸

나쁜 생각일 뿐, 그 누구도 나에게 차갑거나 무섭게 대할

마음은 전혀 없어”, “내가 다시 용기를 낸다면 예전처럼 다

시 즐겁게 청년회 생활을 하며 성당에 다닐 수 있을 거야.”

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마치 다시 돌아가

면 크게 혼나고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돌

아가니 아버지에게 따뜻한 환영을 받았던 ‘되찾은 아들

(루

카 15장)

’의이야기처럼말입니다.

또한가지놀라웠던사실은저에게 큰감동을주었던그

성가대는 그날 화려한 특송 없이 미사곡만 불렀다는 점이

었습니다. 그날 저는 화려하고 좀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특송에 훨씬 더 신경 썼던 과거를 반성하며, 미사에서 성

성가대가 맡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고 찬양의 진정한 힘

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날 그 성가대에 입단하였고, 자연스럽게 냉담도 끊게 되

었습니다.

이후 저는 그날의 감사한 마음과 다시 찾은 초심을 잊

지 않기 위해 그날의 기억을 노랫말로 곡을 썼고, 마침내

Breath

(숨)

란 곡이 탄생하여 많은 분들에게 제가 느꼈던

소중하고 감사한 기억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가끔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생길 때마다 그날의 따뜻

한 기억을 떠올리며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립

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윤예지

에밀리아나

수원교구과천성당

‘Breath

(숨)

’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