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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의
이삭
처음마주한나의민낯
예진호
마르첼리노
| 생활성가가수
저는 대구에서 태어났습니다. 저의 집안은 할머니 때부
터줄곧성당을다녔고저역시모태신앙으로어머니뱃속
에서부터 성당을 다녔습니다. 저에게 성당을 다니는 것은
마치 학교에 다니는 것과 같이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
운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성당을 다니면서 저는 주일학교
와청년회활동등을했고, 청년회장까지맡으며누구못지
않게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를 비롯하여 함
께 활동하던 교우들은 대부분 부모님들끼리도 서로 알고
지내시는익숙한사이였습니다.
저는 청년회 활동을 하며 교정직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
고, 마침내 합격의 기쁨을 얻게 되었습니다. 합격 후, 고향
에서 가까운 근무지를 지원하고 설렘과 불안함이 무한히
교차되는 마음으로 근무지 통보를 기다렸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전화가 왔는데, 그곳은 경기도 여주였습니
다. 그전화를받으면서저는온몸에털이곤두서고머릿속
이 하얗게 변하는 신비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12년이지난지금생각해도정말생생합니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단 한 번도 타지 생활을 경험하지
못했고, 심지어 군 생활마저도 고향에서 했던 억세게 운이
좋았던 저는 생애 첫 타지 생활을 통보받고 심각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부터 알
수없는자신감을끌어냈습니다. 아마 “나는그동안수많은
사람과좋은관계를이루며잘살아왔어.”, “분명새로운곳
에서도그럴거야.”라는생각을했던것같습니다.
이후저는정든고향을떠나생애첫타지생활을시작하
게되었고, 돌아오는주일에근처성당을가게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껏 자신감을 안고 처음으로 낯선 성당에 도착한
제가맞닥뜨린너무도새로운환경은, 제가우물안개구리
였음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토록 활발하고 자
신감 넘쳤던 예진호라는 청년은 생애 처음 마주한 새로운
환경앞에서한명의소심한청년일뿐이었습니다. 그때저
는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밝음과 자신감이 제가 잘나서
생긴 능력이 아니라, 주변 환경 등 많은 부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가능했던것임을뼈저리게깨닫게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생애 처음 마주한 낯선 환경에 더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냉담의 길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조금만더용기를냈더라면분명그결과가달랐을것
이라는 아쉬움은 듭니다. 그러나 그때의 경험이 20대의 저
에게분명좋은약이되었음은분명합니다.
지금도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제가 잘나서
얻어진 것이라는 교만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 때마다 약
12년 전 그 순간을 생각해 봅니다. 그 어떤 꾸밈도 없는 저
의민낯을처음으로마주했던그날을말입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김효식
엘리사벳
인천교구마전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