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ٱ ؽ

말씀

이삭

가장아름답고소중한오늘

중년 남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 중에 군대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이등병 때였습니다. 너무 힘든 하루가 왜 그리도 길었는

지 모르겠습니다. 꽉 찬 훈련 일정에 군기가 바짝 든 내무

반 생활, 그 와중에 이리저리 봐야 하는 고참 눈치까지. 매

일매일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취침 구호를 외치고 들어간

침낭 속은 유일한 안식처였고, 아침에 울리는 기상나팔은

제 인생 최악의 음악이었습니다. ‘제발 울리지 말아라, 시

간아멈추어라.’

그나마 휴일에 울리는 기상나팔이 덜 미웠던 이유는 종

교 활동 시간으로 성당에 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주

참석할수는없었지만, 성당에서의한시간은저에게꿀같

은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미사 중 군종 신부님의 말씀은

지친 영혼을 어루만져 주시는 지혜였습니다. 때로는 지친

육체를 쉬게 해주는 달콤한 자장가이기도 했지만요. 세례

를 받겠다고 결심을 했지만 잦은 훈련과 여러 사정으로 매

번 기회를 놓쳤고, 제대 후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주님

의 참 자녀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저에게 큰

변화를주었던신부님의말씀을지금까지기억합니다.

“오늘 아침 태양을 보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생명이 몇인

지를 아느냐? 네가 맞이하기 싫은 그 아침은 누군가에게는

간절한희망의내일이다.”

오늘이 얼마나 값진 선물인가를 깨닫게 해주시는 말씀

이었습니다. ‘이 귀한 선물을 왜 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

고 빨리 지나가기만을, 회피하기만을 바랐을까?’ 그 말씀

을 들은 이후로 저는 항상 기도합니다. “오늘도 아침 해를

볼수있게해주셔서감사합니다”라고요.

힘든 삶의 순간마다 제발 오늘을 견디게 해 달라고, 어

려움이있을때제발내일은그어려움을치워달라고기도

합니다. 후회하고있을땐차라리어제로되돌려달라고하

고, 때론어제와오늘이뭐가다르냐고한탄하며기도를하

기도 합니다. 그럴 때 주님께서 제게 남겨 주시는 말씀은

없습니다. 오늘에 대한 저의 힘듦을 얘기하고 그로부터의

탈출을구하지만, 다른말씀을남겨주시지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오늘’을 주십니다. 그리고 다음 날에 또 새로운 ‘오

늘’을주십니다.

이것만으로도 주님께 바랄 것이 없습니다. 어제의 잘못

은 반성하며 바로잡을 수 있고,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오늘’을주시니까요.

‘어제의 내일이 오늘’이고 ‘내일의 어제가 오늘’이듯 우리

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잘 만들어진 고리로 엮어져 있습

니다. 누구에게는 무거운 쇠사슬의 무게로 느껴지고 누구

에게는 기쁨의 고리로 엮어져 있지요. 때론 그 두 가지가

얽혀있기도합니다. 하지만주님이주신하루입니다. 그리

고가장아름답고소중한오늘입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조영언

마리아 | 논현2동

성당

유별남

레오폴도

|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