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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에게는 자존심이 있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에
게 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
는 그 마음의 무게는 누구나 같은데도 세상은 이따금 이를
무시하려 합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가난하고, 늙
고, 병든사람들의자존심을가볍고하찮게여깁니다.
도움, 자선, 나눔, 구제, 참좋은것이지요. 함께사는세
상을위한아름답고, 따뜻한실천입니다. 그실천이개인이
아닌 사회 공동체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면더할나위없겠습니다. 그러나만
약그물질적도움이최소한의삶과인간
다움을 바라는 사람들을 구차하게 만들
고, 자존심을잃게만든다면사랑과복지
가아니라차별과상처가아닐까요.
영화 속 다니엘 블레이크
(데이브 존스 분)
는 이 질문에 “예”라고 말합니다. 심장병
으로 40년 동안 해오던 목수 일을 중단
하고, 질병 수당을 받기 위해 발버둥 치
면서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수치심뿐이
었으니까요. 정부가 고용한 파견업체 의
료 전문가와 심사관의 무성의한 태도, 문의 전화 한 통을
위해 무려 1시간 48분을 기다리게 한 ARS, 복잡한 행정절
차, 조금의 융통성도 배려도 없이 ‘연필 시대의 사람’에게
인터넷을강요하는세상앞에서그는좌절합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케이티
(헤일리 스콰이어 분)
는 어떻
고요. 2년 동안의 노숙자 쉼터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지만,
버스를 잘못 타 심사에 조금 늦었다는 이유로 생활보조금
지급제재대상명단에올라갈위기에처합니다. 항의해보
지만 “정시 출석은 의무사항”, “원칙이 우선”이라는 냉랭
한 말만 듣습니다. 영국만 이럴까요.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고 떠들며 온갖 복지와 사회보장을 만들어 놓으면 뭐 합
니까. 시혜자로 착각하는 오만한 공무원들과 편의주의 시
스템이란 높은 벽이 사람들을 힘들고 구차하게 만든다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래서 다니엘도 “사람은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은 거요”라고 말하면서 돌아섭니다. 칸영화
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진정한
나눔과 구제는 다수결도, 선택도, 숫자도 아니라고 말합니
다. 알량한 돈 몇 푼으로 자존심에 상처
를주어서도안된다고말합니다.
다니엘은 전기가 끊겨 추위에 떠는 케
이티가족을위해돈을몰래놓고나옵니
다. 자신의 목공 기술로 집을 고쳐줍니
다. 너무 배가 고파 식료품 지원소에서
통조림을 허겁지겁 먹고는 눈물을 쏟아
내는 케이티에게 “자네 잘못 아니야. 부
끄러워할것없어”라고말해줍니다. 나보
다더가난한사람을돕고애틋하게감싸
주면서도 오히려 상대를 존중하는 그는
결코천사가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아닙니
다. 나는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의 점도 아닙니다. 난
묵묵히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난 굽실대지 않
았고, 이웃이 어려우면 그들을 도왔습니다. 자선을 구걸하
거나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인간입니다.”
그가 지금 우리를 성찰할 기회를 줍니다. 우리 모두 다
니엘 블레이크가 될 수도 있고, 누구도 다니엘 블레이크가
되지못할수도있기때문입니다.
이대현
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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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겸임교수, 영화평론가
영화칼럼
2016년감독_켄로치
‘나, 다니엘블레이크
(I, Daniel Blake)
’
‘자존심’을지켜주지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