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س

ۖЦ

생명

말씀

우리의몸은성령께서머무르시는성전

지진으로 무너진 옛 성당을 바라보는 노인의 뒷모습에서 처연함이 느껴집니다. 성전이 무너져 버렸는

데, 예수님은어디에계실까요. 오늘예수님께서는당신몸이곧성전이라고말씀하십니다. 당신을찾는

이에게예수님은성전안에갇혀있는십자가도, 화려하고멋진성당도아님을보여주시는듯합니다. 그

분은어디에도머무르지않지만, 어디에나계시는분이십니다.

장은미

베르나디아

|

가톨릭사진가회

“이성전을허물어라.”

(요한 2,19)

사진

설명

피스코, 페루

2019년 4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났을 때

온 세계인이 경악하고 애통해하며 커다란 피해 없이 빨리

진화되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하였습니다. “프랑스의 심장

이 불타고 있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저는 2018년 9월 로마에서 있었던 ‘새 주교 연수회’에 참석

한후파리를다시방문할기회가있었습니다. 마침노트르

담 대성당에서 특별히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

매님의 안내로 한나절 동안 상세하게 성당 내부의 웅장하

고 아름다운 보물들과 미술품들을 관람하는 행운을 누렸는

데, 지나고 보니 ‘하느님의 섭리가 아니었나?’ 여겨집니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예루살렘 대성전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들가운데에머무르시고당신을흠숭하는사람들이모

여 경배하는 집이기에 이스라엘 민족의 심장부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

나그분께서성전이라고하신것은당신몸을두고하신말

씀이었다.”

(요한 2,19.21)

예루살렘 성전은 분향 제단이 있는 성전

(

ἱερὸν

)

과 기도와

제물의 봉헌과 각종 전례를 거행하는 성전

(

ναός

)

으로 나누어

지는데예수님께서는당신의전실존이하느님이머무르시

는 거처, 곧 당신의 몸

(

σῶμα

)

이 성전

(

ναός

)

이 되시겠다고 예언

하십니다.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

은당신의전존재와실존을통하여하느님의현존, 하느님

의 거처가 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강생의 신비 안

에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몸

(

σάρξ

)

을 취하셨습니다. 곧 하

느님의 뜻을 거스르고 반항하며 불순명하기 쉬운 인간의

힘과지혜를온전히비우시는십자가의어리석음을통하여

하느님의 구원을 이룩하셨습니다.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

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

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

(1코

린 1,23-24)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도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1코린

12,27)

. 인간은 영혼과 육신이 결합된 존재이기에 몸은 영혼

이 머무르는 집이며, 영혼은 주님의 성령께서 머무르는 지

성소입니다

(1코린 3,16-17)

. 우리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의 성령을 우리 안에 모시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살 때 우리는 주님의 성전으로 변모되며, 그리스도의 아름

다움을 비추는 투명체

(透明體)

가 될 것입니다. 이는 단지 개

인적인 수덕

(修德)

의 삶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세계 내 존재

(世界內存在)

로서 인간이 자신의 몸을 통하여 연결된 이 세상

의 성화

(聖化)

와 사랑의 문명

(文明)

을 건설하기 위한 봉사와

헌신 안에서 거룩한 도성인 새 예루살렘 성전의 도래를 앞

당길것입니다

(묵시 21,3.9-23)

.

구요비

욥주교 | 서울대교구보좌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