ƾ
ٱ ؽ
말씀
의
이삭
사랑이란….
유별남
레오폴도
| 사진가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최보라
비비안나 | 역촌동
성당
사진가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후 책이나 영화에서만 보
던 장소를 직접 걸을 수 있었다는 것은 큰 복이었습니다.
그 걸음 속에서 제가 깨달은 것은 ‘세상은 넓고 갈 곳도 많
지만, 사람은 모두 똑같다!’입니다. 피부, 언어, 관습 그리
고 종교가 다를지언정 약속 시간이 늦어지면 짜증 나고,
배고프면 예민해지고, 힘들면 ‘헉헉’거리고, 졸리면 잠을
자지요.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여행을 통해서 우리 모두
직접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그들은 나
와 다른 이방인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아주 먼 곳으로, 우
리와 전혀 다른 세상 속으로 돌려보내집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도시 페샤와르에서 아
프가니스탄 난민 소녀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12살
소녀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프간 난민
들에게 전쟁이 끝났으니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이 떨
어졌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야 할 고향은 아직도 탈레반의
세력권 아래 있는 곳이라서 돌아가면 학교에 다닐 수 없고,
책을 읽을 수도 없습니다. 여자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리에 혼자 다니지도 못
하며, 여럿이 모여 다니더라도 온몸뿐 아니라 얼굴까지 가
리고 다녀야 합니다. 물론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이 그렇지
는 않습니다. 하지만 종교의 이름으로 무자비한 폭정을 일
삼는세력아래있는지역이있습니다. 그아이의미래는아
무것도 보장할 수 없는 어둠이었고, 그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지갑에서 푼돈 몇 푼
을 꺼내 그 아이의 아빠에게 주면서 인터뷰에 감사를 표하
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때 그 아이와 아빠는 제 돈을 거절하
고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아무도 우리의 말
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제발우리의이야기를바깥세상에전해달라. 진정
한사랑의마음으로너를위해신께기도하겠다.’
진정도움이필요한이들이오히려저를위해기도해주겠
다고 말하는 순간, 자신의 안위가 위태했을 때 세상을 위해
기도하셨던분이떠올랐습니다. 세상에!
아직도 소녀와 아빠의 불안과 공포 속 표정이 제 가슴
에 아프게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이 세상에는 공
포에 떠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머나먼 저 타국뿐만 아니
라 우리가 사는 이 사회 곳곳에도. 부디 그들을 사랑해 주
시기를 청합니다. 예수님을 통해 우리의 가슴이 뜨겁게 달
궈지는 이유는 가장 낮은 데서 스스로 사랑을 실천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랑은 인
종과 종교와 성별에 상관없는 정의
(正義)
의 사랑입니다. 모
두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겠다고 다들 결심
한 적이 있을 겁니다. 이렇게 마음이 정향되는 것이야말
로, 내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게 되는
가장 쉬운 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실천할 때입니
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루카 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