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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의
이삭
면‘面’을세우다
저는 직업이 사진가라 작품이 저에게는 제 ‘면’, 곧 ‘얼굴’
입니다. 그래서수개월동안의작업을통해만들어낸작품
을 갤러리에 걸 때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몰라 안절부
절못합니다. 정작 저는 그 자리에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 불안한 마음에 매일 갤러리에 나가서 관객들에게 작품
에관해이런저런설명을합니다. 듣는이에게는작품에대
한 이해가 되니 좋다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사실 저의 불
안한 마음을 감추기 위한 것도 있습니다. 아직 ‘설명이 필
요 없는 작품’을 내놓지 못한 불안감이라고나 할까요? 때
로 강단에 서 있을 때,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나를 보는 이
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마음에 저를 꾸미려고 하고,
만들어내려고합니다. 제가보지못하는저의모습에대한
두려움이앞서서일까요?
체면을차리다. 면이안선다.
살면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면’을 내보입니다. 그 과
정에서 웃고 찡그리고 돌아서면서 순간을 후회하고 아쉬
워합니다. 때로는 다른 이를 빗대고 시기하기도 하지요.
그 모든 것이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우리는 얼굴에 그
감정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자신
을 질책하기도 하지요. 상대방은 사심 없이 돌아서는데 스
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면을 세우느라 안달하기도 합니다.
그 누구도 보지 않고 내 마음속에서만 세울 수 있는 그것
에 왜 그렇게 집착할까요? 다급하거나 중요한 일에는 체
면 따위는 내버리라고 하지만 매 순간 자신의 면을 생각하
고삽니다. 그 ‘면’이뭐라고….
하지만 하느님 앞에 두 손을 모아 기도할 때, 때론 너무
힘들어 정말 울고 싶어 그분에게 의지할 때면 그 간절함에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됩니다. 어떤 꾸밈도 필요 없고 어떤
변명도 필요 없이 그냥 모든 것을 내어 보입니다. 그 과정
에서 저 자신의 ‘면’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하느님께 의지합
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치유를 받습니
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누구에게나 마
음의 문을 여는 방법을 알려 주셨기 때문입니다. 바로 진
실로 대하라는 방법을 말이죠. 그 속에서 겉모습을 내려놓
고 자신의 면을 세우기 위해 외면했던 그 모든 것들을 돌
아보며 아무런 면‘面’을 내세우지 않는 하느님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봄부터 서울대교구의 가톨릭 사진가협회 회원
들이 서울주보의 또 다른 ‘면’을 세우고 있습니다. 바로 서
울주보의 표지를 장식하는 회원들의 사진입니다. 주보의
겉보다는 속의 진중함이 더 크고 표지로서 부족할 수도 있
지만, 매주 한 장의 사진으로 교우 여러분에게 ‘힐링’ 하시
는 즐거움을 드리는 기쁨으로 가톨릭 사진가협회 회원들
의마음은풍요롭습니다. 많은성원부탁드립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박혜영
아녜스 | 구의동
성당
유별남
레오폴도
|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