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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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여성가족부가 시행한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조사한 연구에서 응답자의 69.7%가 ‘혼인, 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생
각한다는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법적인 혼인·혈연으로
연결되어야만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응답도 64.3%였
지만 전년보다 낮아진 수치라고 합니다. 여성가족부는 공
동체를 강조하는 ‘가정’ 대신에 개별 구성원을 강조하는
‘가족’으로 용어를 통일하고, 세상의 모든 가족을 ‘포용’
한다는 명분으로 ‘사실혼’과 ‘비혼 동거’ 등을 가족 개념에
포함시키고,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
단위’라는 법률상 ‘가족’의 정의를 삭제하거나 개정하겠다
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고 평생을
거는 사랑을 바탕으로 혼인한 부부가 자녀를 낳아 양육함
으로써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를 이룬다는 전통적인 가
정에 대한 개념과 소명과 그 가치를 약화시키고 상대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인류가 지켜온 고유한 가족 혹은 가정
의 개념은 단순히 함께 살며 생계를 이어가며 돌보는 관
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고, 시대가 변해도 그 핵심 가치
는 변하지 않습니다.
부부의 혼인 공동체와 혼인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가
정 공동체는 인간이 만든 제도가 아니라 신적 기원을 지
니고 있고, 어떤 인간적 권위도 그 특성을 훼손할 수 없는
“모든 사회 질서의 원형”이라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입니
다. “가정은 남녀가 사랑과 생명을 전달하며 헌신하라는
부르심을 받은 자연적 사회”입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2207)
.
교회는 개인과 사회에 고유한 선익이 되는 이 가정 공동
체를 모든 그리스도인이 보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목헌
장 47항)
.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는 부부 사랑 안에서 한 인
간이 태어나고,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 간에 주고받는 사
랑 안에서 아이는 성장합니다. 또한 아이는 가정에서 신
앙을 전해 받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협력이라는 가치와
덕목을 배움으로써 사회 공동체의 성실한 구성원이 되어
사회의 안정에도 기여하게 됩니다. 교회는 국가와 사회
가 이러한 혼인과 가정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고 강조합니다. 설령 이런저런 이유로 ‘한부모 가정’이나
‘1인 가구’가 많아진다고 해도 이들도 대부분 본래 혼인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정에서 출발했고, 이런 가정
을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습
니다.
그런데 점차 우리 사회도 서구의 개인주의 가치관을
따라가면서 전통적인 가정의 개념이 상대화되고 있습니
다. 이에 따라 혼인하지 않아도 좋고, 자녀를 낳지 않아
도 좋고, 혼인 안 한 상태에서 자녀를 낳거나 기르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며, 이러한 다양성을 다 인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실의 다양한 형태의 가정
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은 필요
하지만, 부부의 책임 있는 사랑과 헌신을 바탕으로 한 출
산과 자녀 교육을 기본적인 소명으로 삼는 가정의 고유한
의미를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박정우
후고신부
|
생명위원회사무국장
함께살면다
‘가족’
아닌가요?
- 가정의 의미와 역할 -
생명특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