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ٱ ؽ

말씀

이삭

·

·

상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유송자

데레사

| AFI

(국제가톨릭 형제회)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창시자 Cicely Saunders는 많은

사람들이 생의 마지막 단계에 당면하게 되면, 육체적 고

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리 사회적, 영적 고통도 크다고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다양

한 면의 아픔을 통합적으로 완화시켜 주는 것이고, 환자

가 죽음을 기다리기보다 남은 생을 충만하게 살 수 있도

록 전인적 돌봄을 제공해 주는 의료의 한 분야입니다.

저는 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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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에서 일하면서

육체적 통증이 완화되어도 영적 통증이나 갈증이 해결되

지 않아서 쉽게 세상을 떠나지 못했던 분들을 여럿 만났

습니다. 그중 두 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한 분은 비신자로서, 혼수상태로 일주일 동안 지내시던

어르신입니다. 천주교 신자인 그분의 며느리가 시어머니

께 대세를 드려달라고 하여 병실에 들어간 순간, 내내 의

식이 없으시던 할머니가 깨어나셨습니다. 제가 “대세 받

기를 원하시느냐”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원한다는 표

현을 하셨고, 저는 바로 할머니에게 ‘마리아’라는 세례명

으로 대세를 드렸습니다. 5분 후에 할머니는 평화로운 모

습으로 선종하셨습니다. 마리아 할머니는 평소에 세례받

기를 원하셨다고 하는데, 생의 마지막 순간, 의식을 되찾

은 상태에서 대세를 받고 떠나신 겁니다. 영적 준비가 될

때까지 힘든 삶을 지탱해 오신 마리아 할머니와 그를 기

다려 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또한 제가 하는

활동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입원하면서부터 “나에게 종교에 대해

서는 질문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2개월

이 지난 어느 날, 조심스럽게 환자분의 종교에 대해서 물

으니 “시댁 큰 조카가 목사님이고, 시숙이 장로님인데….”

하며 뒷말을 흐리셨습니다. “그러면 목사님을 모셔올까

요?” 하니, “아니요, 진짜 종교는 하나밖에 없어요”라고

하시며 화를 벌컥 내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왜 나에게 진짜 종교를 안 가르쳐 주

는 거예요?”라고 짜증을 내셨습니다. 의아함을 느낀 제가

“진짜 종교가 뭔데요?” 하고 물으니, “천주교지요! 나는

이 병원에 있는 동안, 천주교 교리를 배워서 정식으로 세

례를 받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 남편이랑 자식들도 다 성

당에 다니게 할 것이고요.” 하며 활기찬 음성으로 선언하

듯이 얘기하셨습니다. 그 후 3개월 동안 이 환자분은 개

별지도로 교리를 배워 ‘안나’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으셨

습니다.

안나님이 병상에 있는 동안 그분의 말씀대로 남편과 자

녀들은 물론 여동생과 조카들까지 세례를 받았습니다. 안

나님이 돌아가신 지 1년여가 지났을 때, 그의 큰 따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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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복지관 봉사자로 등록하고 열심히 봉사하고 있

으니 하느님의 부르심은 신비롭기만 합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남미리

비비안나

대치4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