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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2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프란
치스코 교황님이 입석한 가운데 아주 독특한 미사곡이 연
주되었습니다. 민속의상차림으로낯선악기를연주하는
사람들은마치주술인처럼신들린모습으로연주하고, 노
래하는 여성 또한 경건하다기보다는 호소력 짙고 감정적
인 목소리로 힘차게 노래합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 흥미로우면서도 묘하
게 감동적인 음악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나라 아르헨티
나의 작곡가 아리엘 라미레스
(
Ariel
Ramírez, 1921~ 2010
)
의 작품, <미사 크리
오야
MisaCriolla
>입니다.
<미사 크리오야>의 작곡가 아리엘 라미레스는 스페인
에서 아르헨티나로 이주해온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는 처음에는 탱고 음악에 빠졌었고 1950년대 초반에는
유럽에서클래식음악을공부하기도했습니다. 하지만아
르헨티나 민속 음악가들을 만난 후, 민속 음악 쪽으로 진
로를 정했죠.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을 방문했던 그는 나
치 치하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포로들에게 정기적으로 음
식을 가져다주었던 두 자매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영적인 작품’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결실이 바로
이 <미사 크리오야>입니다. 마침 그때는 제2차 바티칸 공
의회
(
1962~1965
)
를 통해 전 세계 교회가 라틴어 대신 각국의
언어로 미사를 봉헌하게 된 시점이었습니다. 때맞춰 라
미레스는 1964년에 스페인어로 된 이 미사곡을 완성하고
이듬해에 레코드로 발표합니다. 가톨릭교회가 미사에서
자국어 사용을 허락한 직후 발표된 최초의 비
(非)
라틴어
미사곡이 된 것입니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이 곡에 대
해 “스페인어 텍스트에 토착 악기와 리듬을 결합한 놀라
운 예술적 업적”이라는 기사를 썼고, 전 세계적으로 수백
만 장에 달하는 앨범이 판매됐습니다. 이 곡은 남성 또는
여성 솔리스트에 코러스가 노래를 하고 차랑고, 께나, 봄
보등안데스민속악기들이피아노와함께연주됩니다.
<미사 크리오야
Misa Criolla
>란 제목은 ‘토착적인 미사’,
‘원주민의 미사’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 곡은 다
른 미사곡처럼 키리에
(
Kyrie
, 자비송)
- 글로리아
(
Gloria
, 대영광
송)
- 크레도
(
Credo
, 신경)
- 상투스
(
Sanctus
, 거룩하시도다)
- 아뉴
스 데이
(
Agnus Dei
, 하느님의 어린 양)
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에서 ‘대영광송
(
Gloria
, 글로리아)
’이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가사는 라틴어가 아니라 스페인어입니다. <미사 크
리오야>는 파바로티, 도밍고와 더불어 세계 3대 테너라
불리는 호세 카레라스
(
Jose Carreras
)
의 녹음이 많이 알려져 있
고, 아르헨티나 음악의 대모로 불리는 메르세데스 소사
(
Mercedes Sosa
)
, 삼바 키필도르
(
Zamba Quipildor
)
등 라틴 아메리카
유명뮤지션들의연주도유명합니다.
같은곡을테너호세카레라스의
노래로도들어봅니다.
케이팝
(
K-Pop
)
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범 내려온
다> 같은 판소리의 한 대목이 현대의 옷을 입고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요즘, 우리 음악 스타일로 멋지게 작곡된 미
사곡이 바티칸은 물론이고 전 세계 공연장과 성당에서 연
주되기를기대해봅니다.
안데스의 음악 언어로 드리는 미사곡
미사 크리오야 Misa Criolla
임주빈
모니카
|
KBS프로듀서,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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