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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어떤 곳일까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설화
(다케토리
모노가타리)
를 아름답고 정감 넘치는 동양적 선과 채색, 일본
풍 수채화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가구야 공주 이야기>에
서가구야를달
(천국)
로다시데려가는천사는그곳이 “이땅
의 모든 것을 잊게 해, 슬픈 일도 더러움도 없어지는 곳”이
라고말합니다.
그런데 가구야 공주는 영원한 삶이 있고, 행복만이 있는
그곳으로 돌아가기를 싫어합니다. 천상
(달)
의 아이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이 세상에서 살아본 그녀
는 이렇게 반박합니다. “더러움 같은 건 없
어. 이땅에사는것은모두생기가넘쳐!”
손바닥만 한 크기로 죽순에서 태어나서
는 순식간에 ‘대나무 순’처럼 쑥쑥 자라 아
리따운 소녀가 된 그녀라고 행복한 나날만
계속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 산골
에서 자신을 길러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너그러운 사랑, 오누이처럼 지낸 스테마루
와 마을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던즐거움이있었지만오래가지못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준 보물로 부자가 된 할아버지가 그녀를 공주처럼 키
워귀공자와결혼시키는것이진정한행복이라고생각하고
도시로이사하면서끝납니다.
귀공자들은 물론 왕까지 탐내는 아름다운 처녀가 되었지
만, 그녀는조금도행복하지않습니다. ‘새장에갇힌새’처럼
좌절과 속박, 외로움과 슬픔 속에서 자연과 고향의 친구들
을 그리워합니다. 고향 뒷산의 나뭇잎이 새순을 감추고 봄
을기다리며견디듯언젠가는그곳으로돌아갈날을기다리
지만, 사람들은사랑이라는욕심으로그녀에게수치심과두
려움, 죄의식만 심어줍니다. 그녀를 돌아갈 수 없게 만듭니
다. 그래서 더 이상 이 땅에 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 그소원을달
(천상)
에비는순간, 그녀는자신이어디서
왔으며, 무엇 때문에 이 땅에 온 것인지 깨닫습니다. 먼 옛
날 이 땅에서 달에 간 사람들이 기억을 모두 잃어버려 기쁨
도 슬픔도 없건만 “돌아오라, 돌아오렴, 아득한 시간이여,
돌아와서 마음을 떠올려다오. 새, 벌레, 짐승, 풀, 나무 꽃,
사람의정을키우고키워서기다린다고하면지금돌아가리
라.”라고노래부르면서눈물을흘린마음을알게됩니다.
때론 슬프고 괴롭겠지만 새와 짐승처럼
그녀는 이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 태어났습
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스
테마루에게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먼 옛
날 이 땅에서 온 사람들 역시 기억을 잃었
지만, 그 시간만은 잊지 못해 언제나 살던
곳으로돌아가고싶어합니다.
그러나 가구야는 달로 돌아가야만 합니
다. 이미 달
(천상)
에 온 사람들도 다시 이 땅
으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누구에게나 이 땅에서의 삶은 한
번뿐이니까요. 기억을 지우고 달로 돌아가는 먼 하늘에서
가구야가 고개를 돌려 멀어져 가는 지구를 보면서 흘리는
한줄기눈물이그래서더가슴을아프게합니다.
설화는 인간의 삶을 투영합니다. <가구야 공주 이야기
> 역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에서 행복을 느껴
야하는지말해줍니다. 이땅에서주어진모든것들에감사
하면서소중한사람과함께하는시간이야말로천국에서도
잊지못할행복한기억으로남지않을까요. 그기억이있기
에우리는영원한삶을살수있는지모릅니다.
이대현
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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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겸임교수, 영화평론가
영화칼럼
2013년감독_다카하타이사오
영화 ‘가구야공주이야기’
천국에서도잃어버리지않는기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