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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퇴직하시면 수도원에 들어가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하십니다. 혼인성사를 한 기혼 신앙인도 수도 생활
을할수있나요?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하
느님을 찾아 나섭니다. 가령, 평신도의 삶을 생각해볼
까요? 평신도는 하느님을 찾고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일을 세속에서의 자기 삶 안에서 진행합니다. 험난한
사회 안에서 가정을 꾸리지만 성가정을 이루고자 노
력하며, 이 번잡한 사회 안에서도 그리스도의 가르침
대로 산다면 삶이 얼마나 풍성해지는지 자기의 삶으
로증언하는것이죠.
반면, 교회법은 수도자의 삶이 평신도나 성직자의
삶과는 본성상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교회법 588조)
. 말
하자면, 수도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하느님을 찾
는 사람들입니다. 수도자들이 하느님을 찾고 증언하
는 방식은 수도자를 규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입
니다. 수도자들의 그러한 삶의 양식을 ‘축성 생활
(Vita
Consecrata)
’이라고 합니다. 축성 생활을 하는 사람이 수
도자입니다. 축성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멋
들어진 수도복을 입고 수도원에서 산다 하더라도 수
도자라고할수는없을겁니다.
여기서 축성 생활이란 복음 삼덕에 따라 살겠다고
공적으로 약속하고 사는 삶을 말합니다. 이어서 축성
생활의 핵심인 복음 삼덕은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복
음의 가르침을 세 가지로 요약한 것인데, 가난, 정결,
순명이 그것입니다. 수도자들은 이 세 가지 가치에 따
라 한평생을 바쳐 살겠다고 약속합니다. 게다가 그러
한 약속을 마음속으로 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공인한 방식에 따라 공적으로 맺습니다. 따라서 복음
삼덕의 세 가치 중 하나라도 공적으로 지키지 않고 산
다면, 수도자가 될 수도 없을뿐더러 수도자로 사는 의
미도없다고하겠습니다.
자꾸 ‘공적’으로 약속한다고 하니까 그게 무슨 뜻인
가 싶으실 텐데, 개인적인 실천을 넘어서 복음 삼덕
을 지키는 공적인 방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리
고 싶습니다. 아버님의 경우에는 그중에서도 ‘정결’의
가르침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결’은 세상이
주는 기쁨 없이도 우리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충만함
으로 온전히 채워질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정결이
없다면 육체적이고 세속적인 쾌락에 젖어 들게 되겠
지요. 그런데 수도자들은 육적인 차원의 기쁨을 포기
하고 하느님을 선택하여 ‘정결’의 가치를 삶으로 살아
낸다는 것을 ‘공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독신’을 선택합
니다. 물론, 정결의 가치를 마음에 품고 각자의 방식
으로 소화하며 사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고 또 필
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결의 가치를 공적으로 살아
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독신은 정결을 외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방식입니다. 그래서 수도회들은 수
도원 입회자를 모집할 때, 지원 조건으로 미혼을 내세
우고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버님께서 수도
원에 입회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를 수도원 문턱이 높다는 식으로 이해하지는 않으셨
으면 좋겠습니다. 수도원의 입회 장벽이 높은 것이 아
니라, 하느님께서 아버님을 다른 부르심을 통해 부르
서울주보와 함께 만드는
가톨릭 교리 상식
코너
「가톨릭교리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벤트에
참여해 주신 분들의 질문으로 꾸며집니다.
(사진제공: 한국천주교주교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