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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인의
삶
글_
서희정
마리아
|
그림_
홍미현
세레나
제가죄를지어
이집트의통회자
성녀마리아
(축일: 4월2일)
성 십자가 축일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순례자가 몇 배
는 더 많은 듯했다. 마리아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순례자
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유혹할 사람이 많다는 뜻이니 말
이다. 그녀는 창녀다. 그녀에게 이 일은 아주 매력적인 일
이다. 쾌락을 구하고 돈까지 버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은가! 벌써 17년 동안이나 해 온 일이지만 언제나 달콤
하고 짜릿한 일이라 여겼다. 물론, 조금 단조롭다고 느낀
적은 있었다.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 알렉산드
리아에서 예루살렘으로 넘어온 것이었다. 낯선 장소에서
시작하는 낯선 쾌락! 역시 만족스러웠다. 한동안 이곳에
머물러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 밤을 함
께할 누군가를 찾아 그녀도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려 한
다. 덜컹, 무언가 발에 걸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그녀의 소
유였던 발이 마치 남의 것인 양 말을 듣지 않았다. 땅에
서 무언가 그녀의 발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누군가
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놀란 마음에 목소리도 나오
지 않았다. 누군가 바라봐 주기를 바랐지만, 그 많은 사
람 중에 그녀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
다. 그녀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듯, 모두 그녀를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덜컹, 심장에서 무언가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무릎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고, 또 그와 동시에 눈물이 땅
으로 떨어져 내렸다.
“죄 많은 이내 몸을, 온갖 더러움 속을 뒹굴던 이내 맘
을, 거룩한 성전에 들여놓으려 했으니….”
눈물이멈추지않았다. 그동안의죄악을눈물로모두쏟
아낼 모양이었다. 들썩이는 그녀의 어깨 위로 따스함이 내
리쬐었다. 성당 앞뜰의 성모상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여운 아가…. 우리 가여운 아가….” 그 따스한 눈빛이
죄에 묻혀 있던 그녀의 어린 시절을 끄집어내었다. 하느님
을 사랑했던 은총 충만했던 그 시절, 성모님을 닮고자 했
던 향기 가득했던 그 시절. 분명, 그녀에게도 그런 봄꽃 같
은 시절이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다시 돌아가
고싶었다. 간절히하느님품으로돌아가고싶었다.
“오, 하느님! 제가 죄를 지어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
였습니다. 부디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자비를 베풀
어 주소서.”
덜컹, 그녀의 발이 움직였다. 한 발 한 발 내디뎌 들어
간 성당 안에는 그녀의 죄마저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 박
히신 예수 그리스도가 계셨다. 그분이 두 팔 벌려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덧: 이집트의 통회자 성녀 마리아는 그 후, 하느님의
음성에 따라 요르단강 건너에 있는 광야에서 무려 47년간
이나 속죄의 삶을 살다 하느님 품에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