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ٱ ؽ

말씀

이삭

소록도에서만난검은피부의예수님

김용민

베드로

|

정형외과의사

제가 소록도에 있었던 시간은 1년 3개월로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기간 동안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었고, 그로 인해 이후의 제 삶에 큰 영향을 받

게되었으며, 또여러가지값진추억들을가슴속에남기게

되었습니다. 저는공중보건의로전남무안에서근무하다가

소록도로 자원하여 옮겨가게 되었는데, 제가 소록도를 ‘천

국 같았다.’고 회상할 때 첫 번째로 떠오르는 사람은 검은

얼굴에늘선한장난기가넘치는웃는눈의소유자, 멕시코

과달루페외방선교회한조룡신부님입니다.

병원이나 마을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신부님은 차렷 자

세로 “의사님!” 하면서 씩 웃으며 거수경례를 하셔서 처음

엔 ‘왜 나한테?’하고 놀랐지만, 얼마 뒤부터는 저도 웃음으

로 인사하게 되었습니다. 또 직원, 환우들을 마주치면 누

구든정답게불러세운뒤사탕을듬뿍쥐여주시며그들을

웃게하시는모습을자주볼수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미

사 중에 꼭 하시던 말씀은 “특히 쏘로 쏘로

(서로 서로)

용서하

십시오.”였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용서를 강조하셨는지

를잘이해하지못했지만, 이후많은관계들을통하여용서

야말로 평화를 이루고자 할 때 가장 필수적이고, 실질적인

첫단계임을깨닫게되었습니다.

한 신부님은 늘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고, 자신

의 이야기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10년 만에 보는 고해성

사 때, 하느님이 얼마나 저를 사랑하시는지를 이해시키시

려고 오랜 시간 많은 이야기를 해 주신 덕에 저는 오래된

냉담의 벽을 허물고, 먼 길을 ‘돌아온 탕자’처럼 새로운 신

앙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일은 저에게만 일어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해에는 두 명의 의사를 포함하여

특별히 많은 섬 동료들이 어느 화창한 일요일에 멕시코 스

타일

(?)

의 길고 긴 세례 예식을 통하여 일제히 신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섬을 떠나온 지 얼마 안 되어 신부님께서 간경화가

악화되어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주위에 많은 사랑을 나눠

주다가돌아가셨다는것을전해들었고, 더이상그분의모

습을 볼 수 없음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

뒤에한신부님은또저에게나타나셨습니다. 어느날미사

에 다녀온 아내가 본당 신부님의 강론 중 “오래전 광주 신

학교 시절 나의 스승이신 한조룡 신부님은 남모르게 새끼

줄을 동여매어 자신을 고통에서 한 시도 벗어나지 못하게

하였으면서도오히려그고통을밖으로는사랑으로바꾸어

나눠준 분입니다.”라는 말씀을 들었다며, 갑자기 신부님이

보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한조룡 신부님은 이렇

게 스스로는 한평생 고통 속에서 보내며 주위의 모든 이들

에게사랑을주셨습니다. 그리고때마침그시절에저를소

록도로 보내 주신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분의 사랑을 통해

제삶에서커다란변화와성장을얻을수있었기에저는참

으로행운아라고생각합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정은희

마리아

마천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