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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말씀

내사랑안에머물러있어라

성전 안으로 깊숙이 스며드는 빛이 마치 주님의 사랑 같습니다. 사랑의 손길에서 평온을 느낍니다. 무

엇이든 청하면 들어주시는 그분의 따스한 품 같아 멍하니 서 있습니다. 작은 일에도 늘 감사하며 살아

온삶을되돌아보니, 그모든것이주님의은총과사랑이었음을이제알것같습니다. 언제나주님안에

서당신말씀속에살아가는작은존재임을깨닫습니다.

이복희

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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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사진가회

“너희가내안에머무르고내말이너희안에머무르면, 너희가원하는것은

무엇이든지청하여라. 너희에게그대로이루어질것이다.”(요한 15,7)

사진

설명

꼰벤뚜알프란치스코수도원, 양평

한 50대 의사 선생님이 20대 전공의 시절 추억을 떠올

리며 일간지에 기고한 글을 읽었습니다. 응급실에서 당직

을 서던 어느 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목숨을 스스로 끊으

려고 약을 먹고 의식이 흐릿한 상태로 실려 왔고, 다행히

선생님의 응급조치로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답니다. 선생

님은그학생과깊은대화를나누었습니다. 그학생의문제

는 흔히 들을 수 있는 갈등이었지만 ‘사람은 대단하고 복잡

한문제가있어서가아니라, 아주작은가시로도죽을만큼

마음이 아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일상의 작은 가시가 누

군가에겐 가슴을 후비는 칼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

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후 ‘선생님 덕분에 새

삶을 살게 되었다.’고 감사하는 그 학생의 편지를 받았답니

다. 선생님은 그전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환자의 생명과

죽음에 대해 의사가 관여할 권한이 있을까 생각한 적도 있

었지만, 그 학생의 편지를 받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습니

다. ‘사람은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극단적 결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 순간에서 벗어날 때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거구나. 생명의 본질은 결국 살아가는 것이구

나.’ 그래서 힘들어하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 주는 순간 그

사람의 죽음과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의사는 치

료하기에 앞서 힘들어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 주는 사람임

을그학생이가르쳐주었다고고백합니다.

오늘 한국 주교회의가 정한 생명 주일을 맞으면서 생명

의 고귀함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십수 년 간 OECD 국가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의 2019년 통계를 보면 10대부터

3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역시 자살이었고, 40대와 50대에

서는 2위였습니다. 특히 청소년 자살률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고귀한 생명이 피어나지도 못한 채 시들어버

리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손을 잡아 주는 이웃의 관심과 사

랑이절실합니다.

누구나 힘든 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 생명의 주

인이신하느님, 포도나무를돌보시는농부이신하느님께서

도 우리의 손을 잡아주십니다.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

은 우리 마음속에 잠재된 힘과 용기를 불러내어 그 어려움

을 이겨내도록 이끌어줍니다. 특히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줍니다. 포도나무인 예수님께 붙어있기만 하면,

예수님 품 안에 머물러 있기만 하면, 그 가지인 우리는 메

마르지 않고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우리의 삶이 생명력으로 넘치도록, 거친 바람이 불어도 떨

어지지 않도록, 예수님의 가르침과 그분의 사랑 안에 확고

하게머물러있도록합시다.

2020년 9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에 프란치스코 교황님

도 트위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각자에게 말씀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 사랑에 마음을

열어라. 너에게 힘을 주는 하느님의 위로를 느낄 것이다.’”

아멘.

박정우

후고신부 | 생명위원회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