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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처에서만 소임을 살다가, 20년 만에 본당 소
임을 맡아 가게 되었습니다. 신자 중 처음으로 만난 자매
가 오늘 이야기를 풀어나갈 효임 골롬바 자매입니다. 본당
에서 구역장을 맡고 계시면서, 성당의 일이라면 궂은일 가
리지 않고 앞장서시고, 주변을 밝게 해 주시는 분이셨습니
다. 효임 골롬바 자매는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빌라 반지하
에서 사십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신앙생활과 봉사도 열
심히 하십니다. 집은 언제나 깔끔했고, 봉성체 대상이셨던
친정어머니
(마리아)
역시, 정갈하게 씻겨드렸습니다. 유난히
힘들어 보이는 날 제게 면담을 청했습니다. 함께 기도를
드리고면담이시작되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는 가난이 싫어서, 아버지와
어린 자녀 셋을 버리고 집을 나가셨답니다. 엄마 없이 아
버지와 동생들과 살았었는데,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마
저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소녀 가장이 된 자매는 이를
악물고 동생들을 공부시켰고, 동생들도 성인이 되어 자신
들의 앞가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매도 결혼해서 남매를
낳았지만, 남편마저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때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되고, 신앙에 의지하며 혼자의 몸으로 어린
남매를 공부시키고, 결혼을 시키며 숨통이 트일 무렵, 친
정어머니가 오셨습니다. 재혼한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어
릴 적부터 키웠던 자녀들에게 쫓겨나 갈 곳이 없어 왔답니
다. 동생들은 누나에게 우리를 버리고 갈 때는 언제고, 자
기 자식 버리고, 남의 자식을 키워주고 무일푼으로 쫓겨나
와 어디를 오냐며 언성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동생들은 누
나가 엄마를 받아들이면 누나와도 인연
(因緣)
을 끊겠다고
했지만, 결국엔 친정어머니를 모시게 되었고, 친정어머니
를입교시켜가톨릭신자의삶으로이끄셨습니다.
효임 골롬바 자매가 말합니다. “친정엄마가 정말 밉습
니다. 동생들 말처럼 버리고 갈 때는 언제고, 늙고 병들어
서 찾아올 수 있냐”고요. 동생들은 엄마의 얼굴을 기억하
지 못하지만, 그래도 자신은 큰 딸이라 엄마의 기억이 남
아 있어서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애증
(愛憎)
의
모녀라고 하면서, “수녀님! 저는 친척도 없으니, 우리 엄마
마지막 가는 길에 수녀님이 배웅해 주세요.”, “제가 이곳
본당에 있는 동안 주님 곁으로 가시면 그렇게 해 드릴게
요.”라고 했습니다. 마리아 어르신은 정말로 제가 본당을
떠나기 전에 선종하셨고, 수녀로서 사회복지사로, 장례지
도사 일을 해 왔던 저는 약속대로 마리아 어르신의 수세를
거두고, 수의
(壽衣)
를 입혀드리고, 입관해 드렸습니다. 어머
니를 거부했던 동생들도 화해를 하고, 장례미사를 드리면
서, 마지막가시는길을함께배웅해드릴수있었습니다.
말씀
의
이삭
“하느님은사랑이십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홍미라
루치아수녀
인보성체수도회서울인보의집원장
임국희
마리아 | 의정부교구목동동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