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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Ц

생명

말씀

첫째가는계명

노랑아저씨. 명동밥집을 연 첫날부터 지금껏 찾아주시

는 단골입니다. 아직 밥을 지을 수 없어 도시락을 드리던

초기에는 하나 더 받으려는 분들로 실랑이가 일기도 했습

니다. 노랑아저씨도가끔그러셨죠. 하지만당일한정된수

량 탓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주 3회,

따뜻한 밥을 지어드리는 요즘은 정해진 시간에 오시는 모

든 손님들께 몇 번이고 원하시는 만큼 식사를 제공합니다.

어느날, 식사중인노랑아저씨를보았습니다. 수북이담은

따뜻한 밥을 천천히 오래도록 정성껏 드시는 모습이 경건

해보였습니다. 배식텐트를가득메운손님들을보며생각

했습니다. “서로에게밥이되어주십시오.”

(김수환추기경)

얼마전신문에서본설문조사에따르면 ‘요즘종교가우

리 사회에 얼마나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가’라는 항목에

62%의 응답자가 부정적으로 답했습니다. 특히, 비종교인

의 82%가 종교의 사회적 기여를 낮게 평했습니다.

(참고로, 그

조사에서 종교인 대 비종교인의 비율은 4 대 6이었습니다.)

사회에 기여하

자고 신앙을 가진 건 아니지만, 2년째 이어지는 팬데믹에

교회가, 또 신앙인이자 사제로서 어떻게 응답하면 좋을지

무거운 마음이었는데 결국 우려하던 바를 마주한 것 같았

습니다.

큰물이 닥치는 위기의 순간에 인간은 살기 위해 높이 오

르려 애쓰지만, 하느님은 낮은 곳, 인간의 곁으로 내려오

신답니다. 그것이 강생육화의 신비입니다. 그럼, 하느님의

섭리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 우리는 오늘 저 강생육

화의신비를살고있을까요. 우리에게는하느님이오늘, 여

기 살아계심을 증언하고 그분의 뜻을 선포할 사명이 주어

졌는데말입니다.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그분을 사

랑하는 것’과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희생제물보다낫습니다.”

(마르 12,33)

‘그분을사랑하는것과이웃을자신처럼사랑하는것.’ 흘

러간가요중에 “오직사랑뿐”이란대목이떠오릅니다. 역시

사랑말고는이팬데믹시대를견딜재간이없는거겠죠. 재

난의시대, 고통과절망을체험하는이웃들에게하느님께서

여전히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이 엄청난 소식을 전할 방법

은 오직 그들 곁으로 다가가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하는 것

뿐입니다. 특히 역사의 여러 기로에서마다 교회가 ‘교회의

보화인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길을 찾고 본 모습을 회복했

다는사실을기억할필요가있습니다. 프란치스코교황님도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 교회가 구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여러차례강조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이율법을통해선조들

의 하느님을 만났던 것처럼, 오늘 우리는 사랑을 실천하는

가운데 하느님을, 가난한 이들의 얼굴을 하고 계신 예수 그

리스도를 만나야 합니다. 그 만남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오

늘우리에게요청되는 ‘첫째가는계명’이지않을까요.

아침산책길에만난정겨운모습입니다. 지팡이에의지해서라도걸어야겠다는용기를낼수있는것은

빈휠체어를밀고가는옆사람의따뜻한배려가있기때문입니다. 미더운동반자가되는것이진정한

이웃사랑입니다.

이윤순

젤마나

|

가톨릭사진가회

“네이웃을너자신처럼사랑해야한다.”

(마르 12,31)

사진

설명

서울숲

유환민

마르첼리노신부 | 문화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