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ٱ ؽ
말씀
의
이삭
나는만족하나이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른 공간은 미술관과 성
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미술관에 들어가서 성경에 나오
는 수많은 장면들을 직접 보면서 감동 속에 빠져들었습니
다. 다음에다시방문할때도반복적으로그림을보게됐는
데 점점 성경을 담은 작품들의 무게감을 느끼며 성경 속으
로 걸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미술관에서 나온 뒤에 때
로는 장엄하고 웅장한 성당에서, 때로는 따뜻하고 엄마 품
같은 작은 성당에서 묵상하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만났습
니다. 유럽의 성당에서 깊은 영감을 받은 저는 늘 가톨릭
을 동경하고 있었습니다. 유럽으로의 잦은 여행이 저를 자
연스럽게 성당으로 이끌었고 초를 켜고 “무사히 여행을 마
치고잘돌아갈수있게해주세요. 그리고배우자를만나게
해주세요”라며이노총각은늘기도를올렸습니다.
이렇게 유럽에 갈 때에만 성당에 들렸던 저는 2010년
서울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클래식과 책의 만남’ 강연을
하다가 강의를 들으러 온 에스텔을 만나서 교제를 하고 결
혼에 골인하게 되었습니다. 가톨릭 신자인 아내는 당연히
성당에서결혼하고싶어했고, 저역시성당의신성함에언
제나 매료되어 있던 터라 성당에서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
습니다. 뜻이 서로 잘 맞았기 때문에 혼인 교육을 받고 서
강대 이냐시오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죠. 신혼 초 아내와
장모님이주일아침에명동성당에미사를드리러갈때, 저
는 피곤함에 절어 주중에 쌓인 피로를 푼다며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자고있다가미사참례후돌아온아내와점심을
먹는것이일요일의소소한즐거움이었습니다.
이런 시간이 이어지던 어느 날 저는 뭔가 잘못하고 있다
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내와 함께 종교 생활을 해야 한다.
그리고 주일 아침을 잠으로 허비할 것이 아니라 나의 중심
으로 삼고, 노년에 할아버지·할머니가 되어서도 손잡고 성
당에 함께 가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부부생활을 해야겠다.’
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미사는 다양한 시간대에 봉헌되었
기 때문에 다행히도 늦잠을 자는 날에도 주일을 지키는 생
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클래식 음악방송 진행자이자 클래
식콘서트의해설자로오랜기간살아오다보니, 신부님·부
제님의 강론을 동네 성당에서만이 아니라 옆 동네 성당에
도원정가서들어보며, 강론스타일이어떻게다르신지살
펴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TV로 매일미사를 매번
보면서 한 분 한 분 신부님을 알아가기도 했죠. 기도를 하
기 위해 매일 저녁 미사를 드리러 가서 주님께 안 풀리는
일을잘풀리게해달라고조르기도했습니다.
2021년, 이제 전 천주교인이 된지 겨우 10년이 된 어린
신도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가톨릭이 제가 걸어온 인생길
의 당연한 귀결이며 천주교인인 아내를 주시고 저를 인도
하신하느님께늘감사하면서삽니다. 언제나제기도를들
어주시는 주님, 바흐의 칸타타 제목처럼 ‘나는 만족하나이
다.’
(Ich habe genug)
그리고언제나만족하겠습니다.
나를이끄는
성경구절
김미혜
베레나
연희동성당
장일범
발렌티노
|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