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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성탄절이면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고 경

배합니다. “내평화를너희에게준다.”

(요한 14,27)

는그분의말

씀을 되새기며 이 땅에 자비와 평화가 가득하기를 빕니다.

평화는믿음과사랑으로이웃과함께하는이들에게하느

님이 주시는 고귀한 선물입니다. 그리고 그 평화는 주님의

섭리를 따르려는 인간의 의지이며 실천입니다.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는그것을보여줍니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14년 프랑스 북부 전선. 불과

100m거리를두고독일군대와프랑스, 스코틀

랜드 군대가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습니다.

하루에도몇번씩벌어지는전투로젊은생명들

이 무참히 쓰러집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

포와 불안,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절망과 고통의

신음 소리가 이어지는 그곳에도 크리스마스는

찾아옵니다.

독일군에 성탄 트리가 전달되고, 성악가인

장교 슈프링크는 황제의 특혜로 면회를 와서, 후방으로 가

자는 아내 안나에게 “오늘 밤만은 동지들을 위해 노래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때마침 스코틀랜드 병사들이 <고향을

꿈꾸네>를 합창하고, 그 노래가 끝나자 슈프링크가 어느

병사의 하모니카 연주에 맞춰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

르면서 전쟁터에 ‘기적’이 일어납니다. “우리 크리스마스이

브하루동안만휴전합시다.”

독창은합창이되고, 독일군의성탄트리가참호밖에세

워지자, 병사들은총을놓고걸어나와한자리에모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의무병으로 참전한 팔머 신부의 백파이프 연

주에 독일 병사들이 <어서 가 경배하세>를 부르고, 안나의

<아베마리아> 열창에 프랑스와 스코틀랜드 병사들은 눈물

을흘립니다.

언어가 달라도 샴페인과 포도주를 나눠 마시고, 초콜릿

과담배를건네주고, 지갑에간직한아내의사진을서로보

여주고, 카드놀이를 하면서 그들은 적이 아닌 ‘서로 마음을

함께 하는 이웃’이 됩니다. 미사를 집전한 팔머 신부는 강

론에서이렇게말합니다. “오늘밤우리는한겨울에불가로

끌리듯제단으로왔습니다. 어쩌면함께있기위해, 어쩌면

전쟁을잊기위해.”

그들의 성탄절 기적은 하루 더 이어집니다. 세 나라 병

사들은 들판에 버려두었던 동료들의 시신을 모

두 거두어 묻어주고, 후방에서의 포격을 서로

알려주고는 함께 참호로 피해 목숨을 지켜줍니

다. 각자 자리로 돌아갈 때 <올드 랭 사인>을

부르고 서로가 살아남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러니 더 이상 총부리를 겨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증오와 적대감을 부추기며 그들을 전쟁

터로 내몬 자들은 그 ‘평화’를 적군과 놀아난 반

역으로 규정해 팔머 신부를 쫓아내고, 독일군 부대는 해산

됩니다. 그래도 그들은 그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팔머 신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 생애 가장 중요한 미사

로 인도하셨다.’고 믿고, 독일 병사들은 참혹한 러시아 전

선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애잔하게 스코틀랜드의 <고향을

꿈꾸네>를 콧노래로 부릅니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1914년 겨울, 독일 점령하의 벨기에 이프레스 지역에서 있

었던실화입니다. 그날의 ‘기적’을만든군인들은계속된전

쟁에서 대부분 목숨을 잃었습니다. 주님이 주시려는 평화

는 성탄절 하루가 결코 아닐 것입니다. 이 땅에 어떤 전쟁

도 영원히 사라져, 인간, 나아가 모든 생명체가 언제나 공

존의기쁨을누리는평화를빕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이대현

요나

|

국민대겸임교수, 영화평론가

영화칼럼

2005년감독_크리스티앙카리옹

영화 ‘메리크리스마스’

영원히멈추게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