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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오스트리아의 시인 헤르만 폰 길름

(Hermann von

Gilm)

은 그의 시 ‘위령의 날

(Allerseelen)

’에서 ‘… 모든 무덤에

오늘은꽃이피고향기롭네, 일년중하루는죽은영혼이

자유로우리니….’하고 노래합니다. 해마다 11월 위령 성

월, 특히 11월 2일 위령의 날에는 길름의 이 시에 리하르

트 슈트라우스

(Richard Strauss, 1864~1949, 독일)

가 곡을 붙인

독일 가곡 ‘위령의 날’을 찾아 듣게 됩니다. 종교적 의미

보다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와 함께했던 사랑스러운 시

간을추억하는내용인데, 잔잔하고아름다운선율이듣는

이의마음을어루만지고상념에젖게합니다.

예전 음악 해설서를 보면 ‘위령의 날’에 해당하는 독일

어 ‘Allerseelen’의우리말번역이독일어만큼이나낯선단

어, ‘추사이망첨례

(追思已亡瞻禮)

’ 또는 ‘만령절

(萬靈節)

’로 소개

가 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다가 나중에

이것이 바로 ‘위령의 날’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고는 퀴즈

를푼것처럼속시원했던기억이있습니다.

지휘자로도 명성이 높았던 슈트라우스는 작곡가 자신

의 지휘로 자신의 음악을 녹음해서 음반으로 남길 수 있

었던 20세기의 작곡가입니다. 현대음악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은 ‘난해하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낭만적이라고 할 만큼 선율미 넘치는 작품이 많습

니다. 그래서 후기 낭만파의 마지막 주자로 일컬어지죠.

그는 당대 작곡가로서는 독특하게 오페라를 많이 작곡했

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장대한 교향

시, 관현악곡을 여러 편 작곡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

목록에서빼놓을수없는장르가바로 150여곡에달하는

‘가곡’입니다. 피아노나 관현악 반주로 불리는 그의 가곡

은 선율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특히 <내일

(Morgen)

>이라는

가곡은 아름다운 선율 때문에 바이올린이나 첼로로 편곡

되어 자주 연주되지요. ‘독일 가곡

(Lied)

’이라면 슈베르트,

슈만만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후대에 이런 작곡가가 독일

가곡의 한 축을 든든히 받치고 있었음을 알고 나면 클래

식애호가로서흡족한마음이들기도합니다.

슈트라우스의 1885년 작품 <8개의 가곡집> 작품 번호

10번

(op.10)

에 수록된 ’위령의 날‘을 들으면서 죽은 이의 영

혼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이 기도는 비단 죽은 이들만을

위한 기도는 아닐 것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누구

에게나 올 죽음을 생각하며,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를 다짐하는, 우리 자신의 구원을 위한 기도이기도 합니

다. 감사하는 마음과 겸손한 자세로 이웃과 사랑을 나누

는삶을살다가고싶습니다. 낙엽이지고, 바람이싸늘해

지며 마음이 쓸쓸해지기 쉬운 가을, 우리 안에 고이 접혀

있는 겸손을 꺼내 따뜻한 외투로 걸쳐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듭니다.

바리톤의 노래에 이어 같은 곡을 소프라노의 음성으로

도감상해봅니다.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사랑의 마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위령의 날 (Allerseelen)>

임주빈

모니카

|

KBS프로듀서, 심의위원

온라인 서울주보

음악칼럼

서울주보 홈페이지에

가시면 더 많은

<음악칼럼>을 볼 수 있습니다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

피아노: 제럴드 무어(Gerald Moore)

소프라노: 엘리 아멜링(Elly Ameling)

피아노: 달튼 볼드윈(Dalton Baldw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