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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8일

3

말씀

이삭

신상옥

안드레아

|

생활성가가수

나는자네부부의주님을믿고싶네

2017년 저에게 안타까운 이별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고

인이되신고모부이냐시오의이야기를하려합니다.

제가 고3 신학생이었던 시절, 학식도 높고 인품도 좋으

셨던고모부는저에게친구또는형님, 스승같은존재였습

니다. 그런데고모부는주님을믿지않았습니다. 제가신학

교를 간다고 했을 때 냉철한 질문을 하면서 저를 당혹하게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는 “상옥아, 결국 믿어야 할

건 누구도 아니고 너 자신, 너뿐이야. 진리를 찾아가는 것

은 좋지만 주위를 살피면서 살아”라면서 저에게 충고해주

셨습니다.

어머니의 신앙을 무섭게 박해하던 할머니도, 삼촌과 사

촌 동생들도 우리들의 기도와 정성으로 모두 신자가 됐지

만, 고모부만큼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고모

부 가정을 천주교 신자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가끔 만나서 예수님에 대해 이야기하면 항

상 웃으시면서 “나는 내가 믿는 것을 사랑할 뿐이야”라고

말씀하시며 좀처럼 주님께 마음을 열지 않으셨습니다. 아

마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아쉬울 것 없는 삶을 사셨기

에전교하기가더어려웠던것같습니다.

고모부를 위해 제 아내 소피아와 함께 꾸준히 기도하던

어느 날, 고모부가 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너무 심해지신 고모부는 저희 부부

를 불러 두 가지를 부탁하셨습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있는방법’과 ‘내가아끼던조카의종교인천주교에서세

례를 받고 죽고 싶다’는 부탁이었습니다. 저희는 슬픔을 뒤

로한 채 곧바로 신부님을 모시고 가서 고모부가 ‘이냐시오’

라는세례명으로세례를받으실수있게해드렸습니다.

그후고모부는저에게이렇게말씀하셨습니다.

“너희 부부가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좋아 보였

다. 그리고때가되면항상전화하고노래를불러주며나에

게기쁨을주고, 부족한나를어른으로대접해주어서고마

웠다. 어렸을때부터모진가난을이겨내기위해오직혼자

힘으로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이제는 내려놓고 마지막을

주님께맡기고싶어. 인생은나혼자가아니고서로사랑하

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또 그 사랑을 만든 주님이 계시다

는것을인정한다.”

고모부 이냐시오! 이제는 천주교라는 한배를 타고 같이

기뻐하며같이슬퍼하는존재가되었습니다.

우리 인생은 혼자가 아닙니다. 부모와 형제, 친구, 사랑

하는 주님이 있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이제는 주님 안에서

함께 찬양하고 기뻐하게 된 하늘나라에 계신 고모부를 위

해서기도합니다.

복음

묵상

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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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희

헬레나